뉴스가 최강 콘텐츠인 시절, 중국의 한류 콘텐츠 제재 조치까지 겹쳐 요즘 드라마는 안팎으로 춥다. 미니시리즈, 주말드라마, 일일드라마 등 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에선 23편의 드라마가 본방송 중이지만 반 이상이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 시청률 22.8%를 기록하며 순항하는 드라마가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SBS). 체제를 지배하는 게임의 규칙을 따른 자와 이를 어긴 자의 이야기이다.외딴 시골 ‘돌담병원’의 괴짜 의사 김사부(한석규 분)와 국내 최대 규모의 ‘거대병원’ 병원장 도윤완(최진호 분)이 선
그의 이름은 익숙하지 않았다. 일본에서 영화 연출 공부를 하다 얼떨결에 출연한 영화 ‘깡패 수업’이 데뷔작이라고 하니 벌써 20년 차 배우다. 작품이 적었나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다. 데뷔 이후 연평균 5편의 작품에 출연했고, 심지어 2012년엔 영화 8편, 드라마 4편에 출연했으니 이름 석 자 익숙할 만도 한데 얼굴만 눈에 익을 뿐이었다. 그런 그가 ‘임진왜란 1592’(KBS)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완벽하게 연기해내며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확실히 알렸다. 더 이상 “있잖아 그 사람”이 아니라 “배우 김응수”로 불리는 그의 요즘은
개그맨 김준현은 매주 토요일 밤 서울 상암동에서 땀을 흘린다. 국내 유일의 생방송 코미디 프로그램 ‘SNL 코리아’(tvN)에 출연 중인 그는 셔츠가 흠뻑 젖을 정도로 아침부터 시작된 방송 준비에 몰입하지만, 생방송이 주는 긴장감에선 자유롭지 못한 듯했다. 잠시의 틈도 없었던 토요일을 보낸 다음 날인 9월 25일 오후 그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밤 12시가 다 되어 끝났으니 피곤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유쾌 상쾌했다.요리연구가이자 방송인인 백종원은 그를 일컬어 ‘국수 먹방의 1인자’라고 부른다. 밤 12시가 넘어 TV
오토바이 타고 온 왕자는 손가락 몇 번 흔들었을 뿐인데 20년 넘게 여심(女心)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설렐 것도 없었는데 색소폰 연주엔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그는 1993년 MBC 공채 22기 탤런트로, 데뷔 1년 만에 별이 된 배우 차인표다.뜨거웠던 여름이 있었나 싶을 만큼 하루아침에 가을로 들어선 요즘, 그는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KBS)의 배삼도로 살고 있다. 한때 최고의 재단사였고, 몇 번의 양복점 사업 실패 후 아내와 닭집을 운영하고 있는 역할이다 보니 전통시장에서의 촬영이 많다. 사람들의 북적거림이 활기찬
그가 범인임을 알아채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어디로 보나 그는 치밀하고 거대한 계획을 용의주도하게 이끌어갈 인물은 아니었다. 그런 그가 아동학대, 가정폭력, 불법 임상실험, 가습기살균제 피해 등 사회 부조리를 조목조목 폭로하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단죄해 나갔다. 리얼리티 스릴러라는 독특한 장르 드라마 ‘원티드’(SBS)에서 PD 출신 방송사 국장 최준구로 나온 배우 이문식. 생각보다 주도면밀했다.‘장르 드라마’는 의학, 범죄 수사, 정치, 사회 부조리 등 특정 주제에 집중한다.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 얽힌 실마리
이번엔 로맨틱코미디다. 어떻게 저런 코믹성을 숨기고 살아왔을까 싶을 만큼 배우 김희애의 변신은 유쾌하다. 마흔여섯 골드미스의 좌충우돌 로맨스를 그린 ‘끝에서 두 번째 사랑’(SBS). 그녀는 지금 중년의 로코퀸(로맨틱코미디의 여왕)에 도전 중이다.그녀가 얼마나 사랑스러워질지, 그녀의 로맨스는 어떤 설렘으로 다가올지 궁금했는데 의외로 제일 먼저 시선이 머문 것은 그녀의 짙어진 쌍꺼풀이었다. 얼굴 성형에 중독되어 표정 연기가 되지 않는 일부 여배우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워낙 우아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그녀이기에 짙어진 눈
영화 ‘무뢰한’(2015)에 이어 ‘굿와이프’(tvN)에서도 김혜경이다. 여자 이름으로는 평범하고 흔할 수 있는 이름이지만 그녀는 범상치 않았고, 함부로 넘볼 수 없었다. 그녀는 배우 전도연. 텔레비전 화면은 그녀를 담아내기에 좁았다.‘굿와이프’는 전업주부가 15년 만에 변호사가 되어 일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칸의 여왕인 그녀뿐만 아니라 상대역인 유지태 또한 텔레비전에선 쉽게 만날 수 없는 인물이기에 처음부터 화제가 된 드라마다. 원작은 미국 CBS의 인기 드라마 ‘더 굿 와이프(the good wife)’. 2009
드라마로는 ‘로비스트’(2007)가 마지막 작품이었으니 9년 만의 안방 복귀다. 영화 ‘이끼’(2010) 이후로는 어디에서도 그를 만날 수 없었다. 미국에서 한인방송 DJ를 하며 뮤지컬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부였다. 그는 예전보다 야위어 보였다. 하얀 의사 가운 때문인지 깊게 팬 얼굴 주름은 더 굵게 선을 드러냈다. 그 선들 사이로 많은 생각이 부침을 거듭하는 듯했다. “앞만 보고 전진하며 저돌적으로 살아온 내 삶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새로운 삶을 어떻게 살지 삶 공부하며 지냈습니다.” 배우 허준호가 의학 드
중저음으로 낮게 울리는 목소리엔 삶의 고비를 여러 번 넘어온 노곤함이 묻어 있었다. 세상 부귀영화 다 뒤로하고 은둔의 삶을 찾아나선 사람 같기도 하고, 자신에게만 곁을 내어주지 않는 세상을 향한 섭섭함을 참아내는 사람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이제 갓 스물한 살 된 배우 여진구였다. 아직도 성인 배우들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꼬마일 것 같은 그가 벌써 약관의 나이를 넘어선 청년이 되었다.성인 배우의 대열에 합류한 여진구의 진면목을 보여준 ‘대박’(SBS)은 영조 이야기이다. 영조는 무수리의 아들로 태어나 형을 죽여 왕이 되
이번엔 급이 달랐다. 일할 땐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그녀이지만 퇴근하고 나면 술과 함께 나사가 느슨해진다. 풀어헤친 머리 때문에 어디가 앞이고 뒤인지 구별도 안 되고, 비틀거리며 걷다가 담벼락에 기대 앉아 펑펑 울 때는 반쯤 정신도 나가 보인다. 뜬금없이 하늘을 쳐다보며 프랑스어로 뭐라 뭐라 떠들기도 한다. 졸다가 버스 의자에서 굴러떨어져도 잽싼 몸놀림으로 폼 나게 자세를 잡는다. 낮은 목소리로 짧고 명료하게 이어가는 대화는 상대를 제압하는 힘도 있어 보이지만, 떠나간 사랑을 잊지 못해 매일매일 술을 찾고 아침이면 1.5리
동시에, 그것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에 겹치기 출연한 배우 전광렬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렬했다. 전옥서(현 교도소)에서 태어난 다모 옥녀의 이야기를 그린 ‘옥중화’(MBC)에서 그는 체탐인(현 정보원) 박태수였다. 20년째 지하 감옥에 갇혀 있는 그는 전직 조선 최고의 체탐인. 풀어헤친 산발머리에 누더기 옷을 입고 있지만 한 줄기 빛에 비쳐진 그의 눈빛엔 아직도 날이 서 있었다. 비록 7부에서 죽음으로 퇴장했지만 그는 50부작 ‘옥중화’가 무게중심을 잡는 데 톡톡히 기여했다. 이병훈 감독과의 인연으로 겹치기 출연이지만 특별출
이탈리아 로마를 출발해 전 세계를 돌고 다시 이탈리아 시칠리아로 돌아오는 세계여행, 이 멋진 꿈을 꾸는 그녀는 유쾌했다. 딸이 사준 청바지에 낡은 티셔츠면 어떻고, 시든 오이 씹어 먹다 남편에게 식탐 많다고 투박스러운 소리 들으면 또 어떠랴. “기다려라 시칠리아, 곧 내가 간다.” 그녀를 웃게 하는 건 ‘기승전 세계여행’이었다.황혼기 청춘들의 인생찬가 ‘디어 마이 프렌즈’(tvN)에서 배우 나문희가 연기하는 일흔둘 문정아의 이야기이다. 어렵고 힘든 생활이었지만 딸만은 자신처럼 살지 말라며 아들도 보내지 않은 고등학교까지 보내준 엄마
속편 주인공에게 성공한 전작(前作)은 당연히 부담스럽다. 최근 ‘미세스 캅 2’(SBS)에서 강력계 형사 고윤정으로 맹활약한 배우 김성령은 전편과 다른 형사가 되기 위한 고민이 깊었을 것이다. 극중 인물이란 작가와 감독이 만들지만 배우에게 꼭 맞지 않으면 빌려 입은 옷처럼 어색하고 불편하다는 것을 잘 알기에 대본이 그녀에게 넘어온 후 고윤정을 만들어가는 것은 오롯이 그녀의 몫이었다.금방이라도 부러질 듯한 킬힐에 와인색으로 물들인 머리, 검은색 매니큐어, 세련되다 못해 화려한 옷은 어느 패션쇼장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왔다. 그것
검정고시 출신 검사 조들호에게 돈과 힘을 주겠다고 검사장이 다가왔다. 정의사회 구현을 위한 투철한 사명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검사라는 이름으로 세상의 어둠을 거둬낼 수 있어 좋았다. 자신을 알아봐준 검사장이 고마워 지시하는 일은 무엇이든 다 해냈다. 무죄를 유죄로 만들어도 필요한 일이니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초고속 승진, 대한민국 최고 로펌 대표 딸과의 결혼, 미래는 보장된 듯했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았을 때, 그는 자신을 선택해준 돈과 힘으로부터 처절하게 버림당했다.‘거래, 음모, 위증이 오가는 법정
강남 한복판에서 길을 잃었다. 도심의 불빛 사이로 빠르게 오가는 사람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는 기억나지 않았다. 스스로도 낯선 자신의 모습에 어찌할 줄 모르는 변호사 박태석. 간신히 찾아낸 기억, 가족들과의 약속장소로 뛰어가는 그는 숨이 턱에 차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무언가에 된통 당한 것 같은 불쾌하고 불안한 마음을 진정할 수 없었다.“준비할 시간도 없이 삶에 균열이 생기고, 태어나 처음으로 길을 잃고 두려움에 빠져 있던 40대 중반의 나를 기억하게 될까.”이미 시작된 알츠하이머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먼 타국 땅에서 가족과 함께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은 바람결에 들려왔지만 돌아온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한때는 우리 가슴을 설레게 했고, 한때는 답답한 마음 시원하게 풀어주었던 그녀가 그리웠다. 강산이 한 번 변하고 또 반쯤 변하고 있던 어느 날 그녀에 대한 그리움도 조금씩 희미해져갈 때 그녀가 돌아왔다. 세월만큼 넉넉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배우 원미경, 반가웠다. 고운 주름 살포시 내려앉은 얼굴에 번지는 미소는 평화로웠다. 볼이나 턱에도 세월의 살이 살짝 올라있지만, 뺀뺀한 얼굴로 세월을 부여잡고 있지 않아 좋았다. 옅은 탁성(濁聲)
그녀는 여전했다. 호피 무늬 옷을 즐겨 입어 쌍문동 치타 여사로 불리며 ‘응답하라 1988’(tvN) 성공의 주역이던 때가 몇 달 전인데, 이젠 하늘나라 리라이프(relife) 센터 매니저 마야가 되어 ‘돌아와요 아저씨’(SBS)의 감초로 동분서주 중이다. 데뷔 12년차 배우 라미란, 단역배우였던 그녀는 이제 기다리는 작품이 줄을 설 만큼 인기 배우가 되었다. 자신만을 주인공으로 한 개인 기자간담회도 했다. 게다가 미모의 여배우들만 한다는 화장품 모델, 그것도 유명한 글로벌 브랜드 모델이 된 그녀는 지금 한껏 빛나고 있다.2015년
몇 년의 공백은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다른 연예인들과 달리 자신의 팬 카페에 짧은 인사만 남기고 입대했던 배우 유승호가 만기 전역하고 돌아와 펼친 연기의 세계는 다채로웠다. ‘상상 고양이’(MBC every1), ‘리멤버-아들의 전쟁’(SBS), 영화 ‘조선마술사’. 순수 로맨스, 범죄 추리, 사극까지 데뷔 16년 차 배우다운 선택이었다. 장르가 다른 세 작품을 거의 동시에 진행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배우로의 삶에 전력 질주하겠다는 그의 다짐을 보여주는 듯했다.복귀 첫 작품 ‘상상 고양이’.
유쾌하지 않았다. 진실과 거짓조차 돈 앞에선 자리를 바꿀 수 있는 현실, 던적스러운 우리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낸 영화 ‘내부자들’에서 백윤식은 유력 일간지 논설주간 이강희였다. 일흔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 펼쳐진 주름은 함께 연기하는 배우 조승우나 이병헌의 주름과는 달랐다. 정치를 설계하는 언론인답게 속내를 쉽게 읽어낼 수 없는 주름이었다. 입꼬리는 올라가 웃는 듯해도 눈은 매서웠다. 망루 위에 올라선 노회한 전사(戰士)처럼. 그는 ‘~라 볼 수 있다’와 ‘~라 매우 보여진다’를 갖고 놀며 ‘말이 권력이고 힘’이 되는 현실을 적나